유통노조 출범…‘마트ㆍ백화점ㆍ면세점’ 유통노동자 한 그릇에
유통산업 변화 대응하는 산별노조 첫발…산별 전환은 2025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이 전국유통산업노동조합 건설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서비스연맹은 지난 2일 출범 총회를 열고 서비스연맹 유통분과가 업종노조 형태인 전국유통산업노동조합(유통노조)으로 탈바꿈한다고 밝혔다.
유통노조가 산별노조 형태를 갖추고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는 것은 내후년이 될 전망이다. 현재는 과도기로서 준비기간을 거쳐 유통분과 내 기업노조로 존재하는 노동조합이 유통노조로 전환하는 데 집중한다. 즉, 유통분과 소속 노조를 유통노조로 전부 전환시키는 것이 서비스연맹의 최종 목표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서비스연맹이 유통노조라는 그릇을 드디어 만들었다"며 "내후년까지 이 그릇에 유통분과 모두를 채워 넣어 2만5000명의 유통노동자들의 하나의 노조로 간다"고 설명했다.
왜, 지금, 유통노조인가?
서비스연맹의 표현에 따르면 유통노조는 서비스연맹이 '지극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산별노조 중 하나다. 유통노조가 서비스연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최근 유통산업의 변화와 연관이 깊다.
유통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산업으로, 도소매업뿐만 아니라 창고업, 운송업 등 재화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서비스를 포함한다. 유통산업 속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영역의 확대다. 최근 온라인 유통이 성장하면서 물류ㆍ택배 서비스도 유통산업 영역에 들어왔다. 유통과 물류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온라인 플랫폼이 급부상했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온라인 판매 채널 강화에 나섰다. 기존 '생산자-도매-소매-소비자'로 이어지던 유통 경로가 다양해져 유통산업 내 도소매업 영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소비자 트렌드 변화도 유통산업 지각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온라인ㆍ근거리 쇼핑이 늘었고, 이는 편의점과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증가를 낳았다. 반대로 백화점, 대형마트 매출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유통산업 구조가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한 것이다.
산업 변화는 일자리 변화로 나타난다. 산업연구원의 '디지털화에 따른 유통산업 일자리 변화와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간접고용 정규직 또는 직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며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매장 판매 종사자는 고용 감소 산업의 주요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같은 연구에서 2016~2020년 종합도소매업종 중 대형 종합소매업(대형마트, 백화점)과 면세점을 제외한 곳에서만 고용 증가가 나타났다.
정하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정년퇴직 등으로 인력이 자연 감소해도 정규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추세"라며 "온라인 유통업과 퀵커머스가 확대되면서 유통업체들은 명절 등 매장 성수기를 위한 단기계약직, 이커머스 사업 활성화를 위한 계약직 피커(집품 작업자), 배송 특수고용 노동자 등을 위주로 나쁜 일자리를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연맹이 대표적인 예로 든 건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다. 온라인 배송기사는 택배기사와 달리 생활물류서비스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분류작업 제외, 작업시간 제한, 불공정 행위 금지 등이 담긴 표준계약서를 제정ㆍ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배송기사가 체결하는 위수탁계약서에 '단체행동 시 계약 해지'와 같은 내용이 담겨 노동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동계에선 유통산업의 판도가 온라인으로 기울고 있음에도 관련 법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통산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하는 마트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증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 업무에 더해 온라인 배송을 위한 집품ㆍ포장 업무도 해야 해서다. 일명 '끼인 노동'이다.
과도기 2년…2025년 본격 출범 "전 유통노동자 조직"
유통노조는 이러한 유통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노동조합이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산업 변화가 노동자들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체 유통노동자들을 조직해 투쟁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확대에 따른 고용불안 해소, 비정규직ㆍ특수고용 일자리 대응 등 투쟁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 같은 과제 해결을 위해선 기업을 넘어 산업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서비스연맹은 산별노조를 택했다.
유통노조가 제시한 5대 투쟁의제는 ▲온라인 유통업 확산 좋은 일자리 보장 ▲유통노동자 주말휴식권 보장 ▲원청 교섭권 쟁취 ▲유통업 야간노동 근절 ▲감정노동 폐해 근절 등이다.
유통노조는 산별 전환이라는 내부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유통노조 출범이 서비스연맹 유통분과 소속 노조 전체의 산별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별 전환을 위해선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한다.
지난 2일 유통노조 출범식 전 열린 총회에서는 산별 전환에 동의하는 노조 대표자들이 참석해 유통노조 임원 선출까지 마쳤다. 이동호 농협유통노동조합 위원장, 강진명 동원F&B노동조합 위원장, 강우철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각각 유통노조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서비스연맹은 산별 전환을 마무리한 '진짜' 유통노조의 출범을 2025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2년간은 과도기로서 투쟁보다는 단위노조 차원의 조직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부터는 산별 차원의 조직화 사업을 진행, 산별교섭 목표를 제시하고 공동 투쟁에 나선다. 이를 토대로 2026년엔 2만 명의 유통노동자가 참여하는 파업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목표다. 이어 21대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2027년엔 산별 투쟁을 대정부 투쟁으로 확대해 대정부 대화 채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출처 :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