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노무법인비상(admin) 시간 2022-09-27 09: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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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KBS, 자회사 미디어텍 노동자 불법파견”


전·현직 232명 소송, 직접고용·240억원 배상 판결 … “방송계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해야”

한국방송공사(KBS)가 자회사 KBS미디어텍에서 방송제작 지원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불법 근로자파견 형식으로 사용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KBS가 이들을 직접고용하고, 파견기간 동안 유사한 업무를 한 공사 직원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았다며 약 2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홍기찬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KBS미디어텍 노동자 232명이 KBS와 ㈜KBS미디어텍을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KBS미디어텍은 KBS 본사와 지역국의 영상편집을 비롯한 방송제작 지원업무와 관련한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2009년 설립된 자회사다. KBS미디어텍 전·현직 230여명은 뉴스PD부터 뉴스 영상편집·CG 제작, SNG(Satellite News Gathering)밴 운행, 오디오녹음, 특수영상제작 등 다양한 직군에 포함돼 있다.

영상편집·CG제작, 오디오녹음 등 불법파견 인정

사건의 발단은 2019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은 당시 KBS미디어텍 소속 노동자 192명에 대해 파견근로자 보호에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른 실질적 파견관계가 인정된다며 KBS에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렸다. 이후 KBS는 192명 중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 3명을 제외한 189명을 ‘특정직’이라는 별도 직군을 신설해 고용했다. 이번 소송을 낸 232명 중 189명은 KBS에 고용된 상태가 됐고, 나머지 직원들은 당시 근로감독 대상이었지만 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2019년 7월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동종·유사 업무를 한 공사 직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사와 KBS미디어텍은 방송프로그램 제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사측은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은 KBS미디어텍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무했고, KBS가 업무상 요구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지시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KBS미디어텍 직원이 수행한 업무는 전문성·기술성이 요구되고, 공사 직원이 하는 업무와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에 공사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근로자파견 여부의 핵심적 지표인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는지 △제3자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사 정규직 근로자의 관리·감독이나 통제하에서 공사가 요구하는 작업방법과 내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점, 업무 수행과정에서 재량의 여지가 거의 없었고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던 점, 공사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돼 공동의 목적 아래 분업적인 협업관계를 이루고 있던 점 등을 근거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다만 사운드디자인 업무를 한 5명에 대해서는 전문성·기술성이 있고, 상당한 재량이 주어졌고, 외주사업 비중이 높은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KBS는 약 24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원·하청 공동불법행위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

노동자들을 대리한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는 “하청업체인 미디어텍과 원청 KBS가 모두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고, 10년 동안 임금 차액의 전부를 손해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수십년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KBS를 포함한 주요 방송사들이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매일노동뉴스>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KBS는 2018년 사내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뒤 2019년 조사 결과를 도출했다. 당시 양승동 사장 취임 직후 본사 차원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직종별·고용형태별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KBS는 이수진 의원실에 “심층검토 및 결론 등이 포함되지 않은 기초자료집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고, 영업비밀에 속하는 사항이 다수 포함돼 있는 관계로 (자료) 제출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취재 : 어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