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노무법인비상(admin) 시간 2022-09-21 10: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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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육아휴직 보복인사’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너무 무성의하다. 상식대로 판결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굉장히 허탈한 마음이다. 아직 벽이 너무나 높다. 이번 판결이 선례가 돼서 다른 기업에서도 부당한 처우가 심해지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가 보직 변경 등 불이익 처우를 겪은 남양유업 직원 최아무개(55)씨의 말이다. 최씨는 최근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남양유업 육아휴직 보직 변경’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다뤄져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당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녹취록이 공개됐고 임신포기각서 작성 강요 주장까지 제기됐지만, 대법원은 정당한 인사라고 판단했다. 육아휴직 불이익의 범위를 좁게 해석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고팀장→팀원→공장→물류센터’
부당전보 인용 뒤 물류센터 복귀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16일 최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인사발령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최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약 5년 만의 최종 결론이다.

2002년 입사한 최씨는 6년 만에 최연소 여성팀장을 맡았다. 매주 홍 회장에게 대면보고를 하는 등 광고업무를 총괄했다. 팀장을 맡은 지 2년 만인 마흔두 살에 임신했다. 최씨는 출산 이틀 전까지 만삭의 몸으로 일했다. 출산 이후에도 3주간의 출산휴가만 사용하고 복귀했다.

결국 최씨는 자녀가 5세 되던 해 육아휴직 사용을 결심했다. 2015년 12월24일 1년간의 육아휴직을 신청해 상급자인 커뮤니케이션 본부장 A씨에게 승인을 받았다. 재차 자필로 된 신청서를 내고 그해 12월30일부터 1년간 휴직했다.

육아휴직을 쓰고 복귀한 이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회사는 최씨에게 보직을 주지 않고 인사팀 사무실로 출근시켰다. 그리고는 팀장에서 팀원으로 발령하고 광고팀이 아닌 홍보전략실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그때부터 ‘자회사 및 타회사의 광고·식음료 시장 관련 기사 모니터링 업무’ 등 허드렛일을 맡아 했다. 광고팀 회의에서도 배제됐다.

최씨는 2017년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한 인사발령이라며 구제신청을 했지만, 서울지노위는 기각했다.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생활상 불이익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노위도 같은 판단을 내리자 최씨는 2017년 8월 소송을 냈다.

급기야 소송이 제기된 이후 물류팀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2018년 3월 사측은 최씨를 본사 물류팀으로 보내고 이듬해 1월에는 원당(고양) 물류센터의 소장 자리를 부여했다. 최씨는 “소장은 원래 없는 직책인데 인사팀장은 ‘너무 좋은 기회’라고 권유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7개월 뒤에는 충남 천안의 공장으로 보내졌다. 서울에 살았던 최씨는 매일 고속버스와 택시를 타며 1년간 출퇴근을 반복했다. 2020년 4월에는 물류팀원으로 강등됐다. 결국 최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내 인용됐다. 지노위 판정으로 다시 원당 물류센터로 복귀했다.

사실관계 완전히 달리 본 하급심
“특별협의대상자, 인사 정당” 원심 인용

이와 별개로 ‘팀원 강등 인사발령’ 사건은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렸다. 사실관계를 완전히 다르게 본 영향이 컸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적용 여부도 달라졌다. 1심은 최씨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자 광고팀장에서 보직해임했다며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은 최씨가 기준 이하의 인사평가 결과를 받은 ‘특별협의대상자’로 지정돼 이에 따라 보직해임이 결정됐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의 육아휴직 신청을 승인한 본부장 A씨가 “특별협의대상자 선정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증언한 부분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특별협의대상자 선정 제도가 매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시행되고 있던 제도인지 의문이 들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조차 공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운영하던 제도라는 점에서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명단을 사후적으로 작출해 낼 여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항소심은 정반대로 판단했다. 최씨가 특별협의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육아휴직 전부터 평가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씨의 진술도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특별협의대상자 제도’와 관련해서는 “사후에 대상자 명단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면서도 최씨의 대상자 선정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남녀고용평등법 19조3항과 4항의 해석 및 인사발령의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롯데쇼핑 육아휴직’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육아휴직 후 담당 업무에서 직위의 성격이나 내용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하고,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 바 있다.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을 기존 업무와 다른 보직으로 인사발령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롯데쇼핑 부당전보’ 사건 정반대 판단

법조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판결”

하지만 이번 판결은 롯데쇼핑 사건과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법조계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최씨를 대리한 양정은 변호사(법무법인 이평)는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과 관련한 법리를 설시했지만, 이와 관련 없이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며 “대법원에서 추가로 증거가 제출돼 사실오인 증거가 명백한데도 파기환송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롯데쇼핑 사건을 대리한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도 사후적인 사용자의 인사발령을 조장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항소심은 육아휴직 이전에 팀장 해임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불이익이 아니라고 봤다”며 “휴직은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되는 상태이므로 이미 육아휴직 신청 전에 보직해임 결정이 이뤄졌다면 그에 따른 인사처분이 있어야 하지만 판결문에는 이러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용자는 언제든지 인사발령 필요성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법원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엄격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법의 보호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현재도 물류센터에서 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냉장제품 주문 일정 때문에 점심조차 거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입사할 때 임신포기각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허위사실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4월 무혐의로 결론 냈다.

최씨는 “워킹맘, 워킹대디 모두 법적 권리를 찾아 당당히 썼으면 좋겠다. 참다 보면 개선되지 않는다”며 “롯데쇼핑 사건의 대법원 판단도 있었듯이 권리를 찾으면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회사가 일관되게 말씀드렸던 육아휴직자에 대해 그 어떠한 부당한 대우도 없다는 내용을 판결을 통해 명확히 확인받았다”며 “모성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남양유업은 앞으로도 다양한 제도를 통해 임직원의 출산, 임신, 육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취재: 홍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