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노무법인비상(admin) 시간 2022-05-17 09: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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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대상 넓혔다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도 구제신청 상대방” … 회유한 상무이사, 중노위는 사업주 아니라며 각하


대법원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상대방은 ‘사업주’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경영담당자나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 모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행정소송에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 범위를 명시적으로 판시한 것은 처음이다. 원칙적으로 사업주인 사용자에게 ‘피신청인적격’이 있다는 종전 판례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간부, 회유한 상무 상대로 구제신청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상대방’ 쟁점

 

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2일 노조위원장 출신 택시기사 A씨와 전국택시 산별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6년4개월 만의 최종 결론이다.

 

이번 소송은 사업주가 아닌 경영담당자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피신청인’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996년 부산의 택시운수업체인 Y사에 입사한 A씨는 택시산업노조(1노조) 분회장으로 재임하다가 2015년 2월 기업단위 노조(3노조)를 설립했다. 이후 1노조는 “위원장 인준을 취소한다”며 그해 3월 A씨를 제명했다.

 

그러자 A씨가 위원장인 3노조는 택시 산별노조(2노조)에 가입했다. 그때부터 사측과 갈등이 생겼다. 2015년 3월부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됐는데, 2·3노조 활동 여부에 따라 회사에 우호적인 1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측은 1노조를 과반수노조로 공고했다.

 

이에 A씨는 같은해 5월 회사 대표의 아들인 상무이사 B씨를 찾아가 대화를 요구했다. 그러자 B씨는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용인하되 제3자(2노조 위원장)를 개입시키지 말고 회사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지 않으면 대가를 주겠다”며 “노조활동을 하지 않고 택시 운전만 전념하면 새 택시를 제공하겠다”고 회유했다. 나아가 퇴직을 결심하면 전임자 급여 미지급분과 퇴직금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B씨 발언이 노조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개입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B씨와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관련 벽보를 3개월 동안 게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부산지노위는 청구를 각하했다. 중노위도 “B씨가 사업주가 아니라서 피신청인적격이 없다”며 재심을 기각하자 A씨는 2016년 1월 소송을 냈다.


1심 뒤집고 2심 인용 “사업주 위해 행동”

대법원 “사업주인 사용자에 한정 안 돼”

 

1심은 상무이사인 B씨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006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대법원은 당시 “구제명령의 시정 주체는 사업주인 사용자”라며 “구제명령이 업무담당자에 대해 이뤄진 경우 사업주에게 행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경영담당자에 대해서도 구제신청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무이사도 ‘회사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해 일정한 책임과 권한이 있다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라고 판시한 2006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이를 전제로 B씨가 3노조 조직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회유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구체적인 판시를 추가했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상대방인 사용자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정한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 모두 포함된다고 봤다. 노조법(81조)상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한 ‘사용자’에는 노조법 82조·84조에서 정한 사용자 범위와 같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노조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대법원 형사사건 판결을 예로 들었다.

 

특히 부당노동행위 유형의 다양화로 인해 구제신청의 상대방도 탄력적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구제명령의 상대방도 실효적으로 이를 이행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을 갖추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사업주인 사용자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1심이 인용한 2006년 대법원 판결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판결은 당사자 여부를 가르는 사안이라 피신청인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2016년 박진환 당시 의정부지법 부장판사(현 대전고법)도 ‘사용자 중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성 범위’ 논문을 통해 동일한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은 B씨가 사용자라는 점을 명시하면서 A씨에 대한 발언은 부당노동행위가 맞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B씨가 대표이사의 아들이면서 사내이사 겸 지배인으로 근무해 당시 대화 내용 중에 근로조건 결정 등에 관해 일정한 책임과 권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므로 2노조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상대방 범위를 종전보다 넓게 해석한 판결이라고 법조계는 평가했다. A씨를 대리한 노성진 변호사(변호사 노성진 법률사무소)는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있는 주체를 일정한 책임과 권한이 있는 경영담당자로 확대한 판결”이라며 “앞으로 노동위원회 실무에서도 피신청인을 상당히 넓게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취재: 홍준표 기자]​